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단 하나의 명료한 경고 문구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가 있다. 2024년,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계와 국내 48만 관객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다.
한때 명예의 거리를 수놓았던 대스타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세가 되던 날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잔인한 이유로 TV 에어로빅 쇼에서 해고된 그녀 앞에 신비로운 약물 ‘서브스턴스’가 등장한다. 단 한 번의 주사로 완성되는 젊고 완벽한 또 다른 자아 ‘수’. 그러나 그 완벽한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주어진 규칙은 단 하나, 서로의 시간을 철저히 나누어 쓰는 것이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한 바디 호러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는다. 딥하우스 기반의 감각적인 사운드트랙과 정교한 미장센 아래, 공포와 고어, 블랙 코미디와 SF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현대 사회의 신랄한 초상을 그려낸다. 여성을 향한 가혹한 외모지상주의, 노화를 거부하는 잔혹한 집착, 그리고 스스로를 파괴해 가면서까지 타인의 시선에 갈증을 느끼는 인간의 허영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데미 무어의 압도적인 열연이 있다. 실제 본인의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 버린 60세의 얼굴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노화에 대한 공포와 내면의 고통을 처절하게 표현해 낸다. 영화 후반부, 엘리자베스의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와 타인들의 손에 묻어나는 명장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이 잔혹한 외모 사회를 방관해 온 우리 모두의 연대 책임을 묻는다.
인디와이어가 “대담하고 엄청나게 역겨운 바디 호러 걸작”이라 칭송했듯, 영화는 깊은 불편함과 동시에 기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타임라인의 화려한 이미지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지쳐가는 현대인이라면, 이번 주말 이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에디토리얼 필름에 깊이 빠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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