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but better — 20세기 미니멀리즘의 정수
브라운의 가전에서 애플의 스크린까지, 시대를 재정의한 산업 디자인 거장의 철학과 일상
우리가 매일 아침 손에 쥐는 스마트폰의 매끄러운 곡선, 정갈하게 정돈된 가전제품의 자태, 그리고 불필요한 장식을 과감히 배제한 현대적 공간들. 오늘날 우리가 ‘감각적이다’라고 느끼는 수많은 디자인의 원형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언제나 한 사람의 이름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20세기 산업 디자인의 시대를 열고,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정립한 거장 디터 람스(Dieter Rams)다.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난 디터 람스는 건축과 목공예를 전공한 뒤 1955년 독일 가전기업 브라운(Braun)에 입사했다. 이후 30여 년간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로 재직하며 라디오, 계산기, 오디오, 면도기 등 수많은 가전제품에 혁신을 불어넣었다. 그가 남긴 디자인 철학은 단 한 문장, “Less, but better(적게, 그러나 더 좋게)”로 요약된다. 불필요한 조형적 낭비를 철저히 잘라내고 제품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그의 시도는 당시 복잡하고 화려함만을 좇던 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디터 람스가 제시한 미니멀리즘과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은 시대를 넘어 애플(Apple)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었으며, 아이폰과 아이팟 등 세기를 바꾼 혁신적 제품들의 디자인적 모태가 되었다. 오늘날 일본의 무인양품으로 대표되는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역시 그의 철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람스의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양식이 아니라,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 삶의 태도였다.

영화 《디터 람스(Rams)》는 바로 이 거장의 삶과 사유를 가장 가까이서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세계적인 디자인 다큐멘터리 감독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이 연출을 맡아, 노년의 디터 람스가 자신의 정원을 가꾸고 옛 작업물들을 조용히 쓸어내리는 일상을 담담하게 포착해 냈다. 여기에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감각적인 음악이 어우러지며 시각과 청각 모두를 아우르는 정갈한 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영화가 특별하고 가치 있는 이유는 단순히 한 디자이너의 업적을 추앙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카메라를 응시하는 디터 람스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좋은 디자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대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를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과 유행이 덧없이 소비되고 사라지는 오늘날,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사라고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안겨준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내가 머무는 공간과 일상 속 오브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영화 《디터 람스》는 가슴 깊은 조용한 울림을 안길 것이다. 미학적 영감과 삶의 본질을 찾아 나서는 모두에게 이 cinematographic 여정을 기꺼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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