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왜 돌아가야 했을까
《오딧세이》가 다시 묻는 인간과 운명의 서사 왜 크리스토퍼 놀란은 지금, 『오디세이아』를 선택했을까.
모든 시대에는 다시 읽히는 고전이 있다.
누군가는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고전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같은 작품이라도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서사가 된다. 그래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3천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없이 번역되고, 연극이 되고, 영화가 되어왔다.
그리고 지금,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오래된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
놀란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그의 영화는 늘 거대한 사건을 다루지만, 결국 질문은 인간에게 향한다. 시간을 뒤집었던 메멘토, 우주를 건넜던 인터스텔라, 세계를 바꾼 과학자를 그린 오펜하이머까지. 그의 영화는 스펙터클보다 선택, 사건보다 인간의 내면을 오래 응시해왔다.
『오디세이아』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신화나 모험담으로 기억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이 이야기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트로이 전쟁 이후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신들의 분노와 낯선 세계를 통과하는 오디세우스는 영웅 이전에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인간이다. 놀란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작 방식에서도 이전 작품들과 결을 같이한다.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편을 IMAX 70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장편 영화라는 기록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보다 필름을, 효율보다 현장을 선택해 온 놀란의 방식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약 91일 동안 이어진 촬영과 609km에 달하는 필름 사용량, 그리고 그의 커리어 최대 규모로 알려진 제작비는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다. 더 크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실제처럼 존재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카메라 뒤에는 오랫동안 함께 호흡해 온 제작진이 다시 모였다. 촬영감독 호이테 반 호이테마와 음악감독 루드비히 요란손은 이번에도 놀란이 구축하는 세계의 감각을 완성한다. 화면과 음악이 이야기를 설명하기보다 감정을 축적하는 방식 역시 그의 영화를 특징짓는 요소다.
배우들의 얼굴도 흥미롭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연기하고, 톰 홀랜드는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맡았다. 앤 해서웨이는 페넬로페를, 샬리즈 세런은 키르케를 연기하며, 로버트 패틴슨과 젠데이아, 루피타 뇽오까지 합류했다.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스타의 존재감보다 이들이 하나의 신화를 어떻게 오늘의 인물로 바꿔낼지에 있다.
우리는 흔히 『오디세이아』를 가장 오래된 모험담이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작품은 점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왜 돌아가려 하는가. 무엇이 한 사람을 끝까지 움직이게 만드는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딧세이는 그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하려는 영화라기보다, 오래된 질문을 다시 현재로 가져오는 영화에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이번 작품이 보여줄 가장 큰 스펙터클은 거대한 바다가 아니라,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제보]
문화다이브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munhwadive@gmail.com
[Copyright ⓒ 문화다이브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